방
공간. 펼쳐진 무대. 몸의 확장이자 세계의 축소. 나의 방이자 누군가의 방, 속으로 얽혀드는 수많은 몸을 부르는 하나의 몸. 언제나 나는 하나의 방으로 돌아오게 된다. 모든 감각이 백색으로 물드는 그곳. 그 안에 한 명의 아이가 앉아 있다. 아이의 얼굴은 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곳이 병원임을 알아차린다.
Room
Room. Space. Open Stage. An extension of the body and a reduction of the world. My room, at the same time someone else's room; one body that calls bodies intertwined inside. I end up returning to the same room every time. To that space where all senses are stained white. A child is sitting in that space. The face of the child cannot be seen, covered by the light. I realize this is a hospital.
김*미 산부인과
문을 열고 나오면 좁고 긴 복도가 펼쳐진다. 웅성거리는 소리.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 언니들 뒤로 희미하게 퍼지는 약 냄새.
90년대 초반은 동네 산부인과에서도 약을 조제하고 분만을 받던 시절이었다. 대기실은 항상 사람으로 가득했다. 자주 나는 회복실을 빠져나와 병원을 돌아다니곤 했는데, 다른 회복실과 분만실만큼은 결코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었다. 몰래 진료실 뒷문으로 들어가면 커튼 너머 환자들의 목소리, 혹은 가끔 흐느끼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것이 한 사람 분의 고통이라는 것을 언제부터 이해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소리가 끝나면 엄마는 기록을 간호사에게 넘겼고, 그것은 언제나 한 장의 종이 속에 정리되고 보관되었다.
Kim’s Obstetrics and Gynecology
As I open the door, a long narrow corridor unfolds. A light murmuring. The smell of medicine faintly spreads behind the busy nurses.
In the early 90s, local gynecologists also prepared medicines and received delivery. The waiting room was always filled with people. I used to leave the recovery room and wander the corridor, although I was never allowed to enter other recovery rooms and delivery room. When I sneak into mom’s office through the back door, I could hear the voices of patients or their sobbing through the curtain. I don’t exactly remember when it was that I understood that is one solid share of pain for one person. When the sob dies out, mom handed over the record to the nurse, and it was always organized and kept on a sheet of paper.
진료 기록
들키지 않고 진료실을 나가는 일은 하나의 술래잡기 같은 놀이였다. 나는 술래잡기를 아주 싫어했다. 엄마와 환자가 치료실로 건너가는 순간에 맞추어, 조용히 커튼 뒤쪽으로 돌아 숨어들었다. 커튼 안에서는 찰캉거리는 쇳소리와 기계의 진동음이 느껴졌다. 흐느낌은 멎고 사물이 입을 여는 순간. 그것을 듣고 있으면 거슬림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그 감각은 진료실을 빠져나가는 불안과 쾌감으로 연결되기도 했지만, 커튼 안에 대한 호기심과도 깊게 연결되었다. 짙고 기분 나쁜 소독약 냄새. 의자에 걸린 가운에서 종종 핏자국을 보았다. 엄마는 고기를 자르면서, 메스를 배웠기 때문에 잘 자를 수 있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손이 피로 물드는 꿈에서 깨기도 했다. 간혹 환자의 호흡기를 뗐던 경험을 들었다. 삶과 죽음. 메스와 나이프. 피와 붉은 소독약과 알코올 냄새. 그 시절의 병원에는 그런 게 얽혀 있었다.
진료실을 나가면 바로 카운터와 연결된 제약실이 나왔다. 색색깔의 알약들은 사탕보다 매끈했고 달아 보였다. 모두 아픈 사람들을 위한 거라고 했다. 나는 코팅된 알약을 훔쳐 겉만 빨아먹고 버렸다. 간호사 언니들은 곤란했는지 나를 간이식 침대에 앉혀두었는데, 그 아래에는 다 쓴 주사 바늘이나 깨진 유리관들이 가득한 박스가 있었다. 건드리면 예쁜 소리를 냈다. 그런 소리들은 따갑게 반짝거린다. 조각들은 나를 바라보았다가, 반짝거렸다가, 찰캉거렸다. 아프지 않다고 했다.
옆을 돌아보면 진료 기록들이 빽빽히 꽂힌 책장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아주 길고, 높고, 깊게. 그것은 어떤 박물관이나 도서관보다 경이로운 풍경으로 기억된다. 한 장 한 장이 한 명 한 명의 사람들로 살아 있었다. 간혹 오열하고, 몇 시간씩 길어지기도 하고, 아주 건조하기도 하다가, 몇 명씩 기뻐하거나 화를 내기도 하는 세 글자의 이름. 그 모든 시간과 감정과 고통은 한 장의 종이로 납작해질 수 있고, 계속해서 쌓일 수 있었다. 종이들은 같은 크기로 하얗다. 종이에선 커튼 속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는 자주 접히거나 바래진 종이들이나, 차트의 지워진 자국에 매료되었다. 2019년에는 컴퓨터가 그것을 관리한다. 납작해졌던 이름들은 이제 픽셀들로 쪼개진 채 깜빡거린다.
A record
Leaving the doctor’s office without being spotted was like playing tag. I hated tag. Just at the moment when mom and the patient head over to the treatment room, I would discreetly turn and hide behind the curtain. Inside it, I could hear and clanging metal and mild vibration of the machine. The moment when sobbing ends and objects start speaking. While hearing that, I would feel disturbed and relieved at the same time. That feeling, while corresponding to the anxiety and pleasure of leaving the office, but is also deeply related to the curiosity about the curtain. A strong, unpleasant smell of disinfectant. I often caught a sign of blood stains on the gown that was hanging from the chair. As mom cut the steaks, she would tell me that she could cut it well because she learned to use a scalpel. She would wake up from a dream where her hands were stained with blood. I would hear about the experience of her having to remove the patient’s repspirator. Life and death. Scalpel and knife. The smell of blood, red disinfectant and alcohol. Such things were interwoven in hospitals of those days.
As soon as I left mom’s office, the pharmaceutical room connected to the counter appeared. The colorful pills were looking smoother and sweeter than candy. They said it was all for sick people. I would sneak some coated pills, lick the surface, and throw them away. The nurses, probably troubled by me doing that, sat me on the gantry bed where there was a box full of used needles and broken glass underneath. When touched the box, it made a beautiful sound. Such sound sparkle stingingly. The pieces looked at me, then sparkled, and then clangored. They said it wasn’t painful.
Looking around, laid the sight of endless bookshelves lined with medical records. Tremendously long, toll, and deep. It still remains in my memory as an extraordinarily imposing scenery, more than any museums or libraries in the world. Each pieces was alive, representing an individual. The three-character names that sometimes broke down into tears, sometimes lengthened the sessions by hours, sometimes indifferent, and sometimes rejoiced or outraged. All those time, emotion, and pain could be flattened out onto a sheet of paper, and piled up over and over again. The papers are all same sized with white. They don’t smell like in the curtain. I was often fascinated by the folded and faded paper, or the erased marks on the chart. Computers manage this in 2019. The flattened names are now split into pixels and flicker.
분만실
까맣게 물든 복도에 홀로 서 있다. 이곳은 밤의 산부인과다. 끊어지는 비명 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그건 탄생을 위한 소리라고 했다. 아주 길어지기도 했고,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 큰 병원으로 보내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하나의 생명을 필요로 한다는 감각. 그건 죽음에 더 가까운 소리 같았고, 영화나 만화에서 위기에 빠졌을 때 지르는 소리였으며, 생생하고 거대하게 빈 복도를 가득 채웠다. 모든 비명은 아이의 울음이 들려야 겨우 끝났는데, 그것이 시작이라고 말해진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어지러울 정도의 피 냄새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잘 소독된 수술 도구들도. 수술대는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고, 사람을 닮아 있었다. 비명을 지른 환자를 볼 수도 있었고, 엄마와 간호사들도 볼 수 있었지만, 아이만큼은 결코 볼 수 없었다. 커튼 안을 볼 수 없는 것처럼. 고통의 근원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건 그 때의 나도 서른 하나의 나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이다. 인형을 칼로 가르거나 뒤집어 놓았다. 팔이나 다리를 빼내면 닭의 연골과 비슷했고, 백숙은 부드럽게 찢어졌다. 맛이 있었다. 어린 나는 육회를 아주 좋아한다, 붉은 참치도. 지금도 종종 토마토를 갈아 먹곤 한다. 과일 - 혹은 채소만이 온전히 감각을 위해 남겨진 생명 같다.
Delivery room
Standing by myself on a dark ridden corridor. This is the OBGYN at night. A piercing scream spreads through the corridor. They say its the sound for birth. It was sometimes very prolonged, and sometimes said to be dangerous. I don't know what happened to those that were sent to the bigger hospitals. The awareness that one life is required for the birth of the other. The sound seem closer to death, like what I would hear in cartoons when in danger, and it filled the corridor. All screams would be put to an end with the cry of a baby. It is astonishing that they call this the beginning. The dizzying smell of blood lingers in my memory. As well as the well-disinfected surgical tools, The operation table was made of leather and resembled a human. I could see the patient that screamed, mom and the nurses, but I could never see the baby. Just like how I couldn’t look inside the curtain. What would it mean to be able to love the source of pain, that is something neither myself back then nor now as thirty one can understand. I would cut a doll with knife and turn it inside out. The pulled out arms and legs resembled the cartilage of a chicken, and steamed chicken tore tenderly. Delicious. My young self loved beef tartare, and raw tuna. Even now, I often grind tomatoes. Fruits or vegetables feel like the only lives reserved for pure senses.
인형
미미, 쥬쥬, 바비, 리카… 인형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다. 얼굴도. 은색 도구들이 떠오른다, 커튼 안의. 가위를 들어 옷을 자른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몸은 좀처럼 잘리지 않는다. 몸에는 틀로 찍어낸 흔적들이 있다, 가위로 깎아내면 조금씩 매끈해졌다. 파란색 모나미 매직. 그것으로 나는 인형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쓴다. 인형과 닿은 부분의 잉크가 조금씩 스며들고, 경계의 색이 변하며 흐릿해진다. 이제 나는 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얻었고, 그것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팔다리가 돌아가며 떨어진다. 머리를 집어들고 자른다.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흩어진다. 나는 나의 머리카락도 자른다. 그것은 인형의 것과 다르지 않게 섞인다. 후 불면 그것으로부터 사람의 몸이 걸어 나온다. 끝이 잘린 채로. 그들은 움직이고 뒤섞이면서 방 안을 흘러다녔다. 나는 그렇게 그것을 낳았고, 삼켰고, 그것들은 내 몸을 입은 채 오래도록 나를 지켜주었다.
아직도 그보다 즐거운 마법을 알지 못한다. 언젠가부터 어른들은 인형을 사주지 않았다. 나는 노는 법을 배웠고, 마법을 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A doll
Mimi, Juju, Barbie and Rica… I don’t remember the name each dolls. Neither their faces. I recall the silver tools in the curtain. I hold up a pair of scissors and cut their clothes. No matter how hard I try, it's not easy to cut off their body. On their body are the production marks. They get smoother as I trim them with scissors. Blue magic marker. I would draw or write on the dolls using it.
The ink on the doll slowly stains its surface, the border change color and blurs. I have now got the most out of the body, so I start taking them apart. It's limbs are turned and detached. I would pick it by the head and chop it's hair. Hair scatters on the floor. I cut my hair as well. It blends no differently from the doll’s. When blown, human bodies walks out of it. With their ends cut off. They moved and mingled, flowing throw the room. I gave birth to them, swallowed it, and they protected me for a long time while wearing my body.
I still don’t know any magic more pleasant than that. At some point onward, adults didn't buy me dolls. I learned how to play, and forgot how to cast the magic.
다시, 병원
그러나 나는 그 납작한 하나의 종이가 어떤 식으로 써내려지는 지 안다. 그것은 어릴 때 엄마의 손에 쥐어진 볼펜으로부터 쓰여지거나, 흰 가운 속 사람의 손, 혹은 키보드로부터 두드려진다. 은색 바늘은 차갑다. 반투명한 관은 높은 천장으로 연결된다. 똑, 똑, 어떤 노크 소리. 심장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물이 떨어진다. 관은 꼭 핏줄 같다. 유리병은 장기. 몇 명의 사람들이 이제는 기록할 것이 없는 종이를 밀고 간다, 하얀 천이 덮인 채로. 누군가 그것을 붙잡고 운다.
이리저리 얽힌 관, 반복적인 기계음. 그것은 목과 코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가만히 누운 사람을 바라본다. 그 눈은 회색과 연한 갈색이 섞여 있고, 물기로 매끈하게 빛난다. 거기에 내 얼굴이 비친다. 나는 내가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다. 그건 언젠가 나와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내가 들을 수 없게 되어버린 세계다. 나는 그것이 열렸다가, 닫혔다가, 다시 열리는 것을 바라본다. 기계가 조용히 증기를 내뿜는다. 그것은 대답 같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방으로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까 종이에 마지막 문장이 쓰여지는 순간, 혹은 다른 종이에 글자가 채워지는 순간에 나는 거기에 없었다. 그리고 세계가 감기는 순간에도.
Again, hospital
But I know how that flat piece of paper is written. It is written from a pen held in mom’s hand in my childhood, or from the hand of a person in a white coat, or tapped from a keyboard. Silver needles are cold. The translucent tube leads to a high ceiling. Plink, plink. Some kind of knock. Water drips faster or slower than the heart. The tube is just like a blood vessel. Glass bottles are like organs. Some people hand a piece of paper that no longer needs to be recorded, covered with a white cloth. Someone cries trapping it.
Tangled tubes, repeated sounds of machine. They are connected to throat and nose. I look at the person lying still. The eyes are a mixture of gray and light brown, glowing smooth with moisture. I see my reflection through it. I don’t know what I’m looking at. It’s a world could once talk to me, but one that I can no longer hear. I watch it open, close, and open again. Machine slightly blows out steam. It seems like the answer. As time passes, I gradually stopped entering that room. So the moment the last sentence was written an paper, or the moment the letters were filled on another piece of paper, I wasn’t there. Neither when the world shut down.
인큐베이터
산부인과 바깥에서 나는 사람들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보았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아기들은 같은 모양으로 담겨 있다. 유리는 투명하고, 유리 너머로는 피 냄새가 나지 않는다. 관은 접히거나 바래지지 않는다. 복도는 조용하고 하얗다. 어떤 복도는 더더욱. 그 안에도 유리가 있다. 허락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그 안에는 같은 침대에서, 비슷한 관을 꽂은 채, 사람들이 끝나간다. 그것은 가장 깨끗하게 미뤄지는 죽음이다. 모든 것은 고요하고 하얗게 이루어진다. 하나의 화면처럼.
Incubator
Outside the OBGYN I saw people the beginning and end of people. Babies seen through the glass wall are all contained in the same shape. Glass is transparent and there is no smell of blood throw the glass. The container does not fold or fade. The corridor is quiet and white. Even more so on some corridors. There is glass in there as well. A place where only permitted people are allowed in. In there, on the same bed, with similar tubes inserted, people pass. it is the cleanest delayed death. Everything is done in silence, unpigmented. Just like a screen.